지난 14일 공정위를 직접 방문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네이버가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선정되면 이해진 창업자가 동일인(기업 총수)로 지정될 것이 유력하다.

[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오는 9월 '공시대상 기업집단(준재벌기업)'으로 선정될 것이 유력해지자 두 회사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 투자책임자)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경영 방식과 회사 지배구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는 공시대상 기업집단 선정이 사실상 확정됐고 김범수 의장도 회사 사업에 미치는 지배력으로 인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돼 시장 감시 대상이 되는데, 네이버는 "이해진 GIO의 지분율이 실효적 지배력을 가지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네이버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회사"라며 관련 규제 적용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업계 일각에선 "네이버와 이해진 창업자에게만 예외를 인정해 줄 순 없다"며 네이버 측 주장을 반박하는 양상이다.

네이버는 최근 언론에 배포한 '참고자료'를 통해 "창업자이자 개인 최대 주주인 이해진 GIO의 지분율이 5%에 미치지 못하고 이해진 GIO와 그 일가는 네이버 어느 계열사의 지분도 가지고 있지 읺다"며 "어떠한 개인도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회사 경영이 이사회 논의와 의결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가장 이상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갖췄다"고 주장했다.

또 "공정거래법상의 공시대상 기업집단 규제는 총수일가가 순환출자구조 등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총수일가의 이익을 위해 전횡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네이버 소유구조와 경영 방식을 감안하면 이같은 잣대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네이버와 그 계열사의 경영을 좌우하는 것이 개인이 아니라 이사회인만큼, 기업집단의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체인 '동일인(총수)'을 지정해야 한다면 이해진 GIO가 아닌 법인 그 자체가 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9월부터 자산 5조원 이상인 기업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해 공시의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등의 규제를 적용한다. 그동안 자산 10조원 이상인 재벌기업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도 지정해 상호·순환출자, 채무보증 금지 등의 규제를 적용한 것에 더해 '준재벌' 기업을 대상으로 새롭게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카카오는 다음과의 합병,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등으로 자산가치가 5조원을 넘어서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이 확정됐다. 네이버는 공정위가 해외 자산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하느냐의 변수는 있으나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이 유력하다는 평이다.

지난 14일 이해진 GIO가 직접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한 것이 알려졌는데, 이 자리에서 이해진 GIO가 자신이 아닌 네이버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 이른바 '총수 없는 대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수 없는 대기업' 개념은 KT, 포스코 등 민영화된 대기업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개념인데, 이를 네이버에도 적용해달라는 것이다.

이해진 GIO와 네이버의 기업 경영 구조는 이해진 GIO와 함께 NHN의 사업과 경영을 주도했던 동업자들, 동시대에 성장한 인터넷 기반의 대형 게임사 오너들과 비교되는 측면이 있다. 

이해진 GIO와 김범수 의장, 이준호 NHN엔터 의장은 한 때 NHN을 함께 이끌던 '동업자' 였는데, '김범수 사단'이 NHN을 떠나고 이준호 전 NHN CTO가 게임사업 부문을 분할해 나간 후 이해진 창업자는 이사회 의장 직도 내놓고 네이버 경영에서 '개인'의 그림자를 지웠다.

반면 NHN을 떠난 김범수 의장과 이준호 의장은 공식 지휘 체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김범수 의장 본인 지분율이 18.52%다. 여기에 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14.68%), 형인우 스마트앤그로스 대표(2.30%)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카카오 지분을 포함하면 우호지분율이 36.10%에 달한다. 케이큐브벤처스는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형인우 스마트앤그로스 대표는 김 의장의 처남으로, 카카오의 전신격인 아이위랩 설립 당시 지분 투자를 단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의 지배력과 리더십이 확고한 만큼 김 의장 개인을 '총수'로 선정하는데 논란의 여지가 없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된 후 케이큐브벤처스와 스마트앤그로스, 오닉스케이 등 3개 법인이 공시 의무 대상 기업이 된다. 오닉스케이는 빌딩관리위탁업체로, 김 의장의 동생 김화영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다.

이준호 NHN엔터 의장은 본인 지분(17.27%)에 더해 아내인 권선영 씨(0.36%), 아들 이수민 씨(2.56%)와 딸 이수린 양(2.56%) 등 총수 일가가 가진 지분율이 22.5%다. 두 자녀의 경우 증여를 통해 지난해 600억원대 규모의 주식을 취득했다. 이 의장의 조카 이 모 씨는 NHN엔터에 몸담아 코미코 부문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HN과 비슷한 시기에 급성장한 넥슨, 엔씨 등 간판급 인터넷 게임사들도 총수의 가족들이 회사 지분을 보유하거나 회사 경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네이버가 주장하는 것 처럼 이해진 GIO는 이사회 참여 외에는 회사 경영을 총괄한 만한 공식적인 직함을 가지거나 대외적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보유지분율이 회사를 지배할 만큼 충분치 않다. 다른 인터넷 업종 기업 오너들 처럼 친족을 경영에 참여시키거나 지분 일부를 할애한 사례도 없다.

이해진 GIO와 일가 중 네이버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한 이도 현 시점에선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GIO 본인이 자회사 라인의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해진 GIO가 보유한 스톡옵션 물량이 신중호 라인 CGO의 스톡옵션 물량보다도 적다는 것이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나 순환출자 구조가 아닌 수직계열화 구조이고, 이해진 GIO 외 그 일가 누구도 본사와 계열사에서 일하거나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가장 투명하고 바람직한 기업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전통적인 '재벌'에 대한 고정관념을 잣대로 만든 규제의 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고, 새로운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네이버의 주장이 일정 부분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해진 GIO의 대내외 위상과 영향력이 회사를 대표하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점, 공기업이 민영화된 케이스가 아닌 한 법인의 총수로 법인을 지정한 사례가 없다는 점, 네이버에만 '예외'를 허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해진 창업자가 총수로 지정돼 시장의 관리 감독을 받게 된다 해도, 네이버가 지금까지 해온 것 처럼 투명한 기업경영을 지속하면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한 후 "창업자로 개인주주 중 최대주주인 이해진 GIO가 이사회 멤버 중 1/N로만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재벌 기업과 다른, 투명한 방식으로 경영하며 성장해온 기업이 '시장 관리 감독을 받는 대기업'으로 지정되면 해외 사업과 투자 등에서 기업 이미지가 저하될 수 있다"는 네이버 측 주장에 대해서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은 자산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과 그 총수에 감시와 규율을 적용하는 것일 뿐 그 자체로 부정적인 라벨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공정위가 네이버를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할지, 이 회사의 총수로 이해진 창업자를 지정할 지 여부는 오는 9월 1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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