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은지 기자>

[이뉴스투데이 김은지 기자] “집에 지금 계란이 많은 편인데 살충제 계란 파동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네요. 사놓은 건 있는데 먹기가 꺼려지고요, 또 08숫자가 있는 계란은 먹지 말라고 하잖아요. 많이 찜찜해요. 당분간 계란 구매를 안 하고 또 먹지 않을 것 같습니다”

16일 오후 남대문 시장에서 만난 주부 최 모 씨(52)는 오이와 부추만을 장바구니에 넣으며 이와 같이 말했다. 최 모 씨 뿐 아니다. 남대문 시장 내 청과 상가에서 만난 이 모 씨(29)도 "김밥 집에만 가도 계란을 넣지 말라고 하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면서 "08마리, 08LSH가 찍혀진 계란이 아니면 괜찮다고 봐야하지만 먹기는 꺼려지고, 아무래도 선입견이 있으니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는 불안을 호소했다.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계란의 수난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08계란이 뭇매를 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날 남대문 시장 내 계란을 취급하는 상가 대부분에는 08계란이 납품돼 있었다. 평소에는 13(전남)번과 14번(경북)도 납품되지만 이날은 유독 08번 생산자 표시가 있는 계란을 매대에 내놓고 있는 상가가 많았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일제히 "소비자들의 불안은 이해하지만 08번이 찍힌 계란이라고 해도 농장마다 다 틀리고, 논란이 된 농장을 자세히 설명해줘야 상인들이 손해를 덜 보지 않겠느냐"면서 "계란에 대한 공포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인 A씨는 "판매 중인 계란이 적합하다는 인증서를 거래처에 보내고 있다"며 "계란이 어제보다 덜 나가고 있고, 영업집에서도 손님들이 계란을 찾지 않으니 평소 3판을 가져가던 것을 1판을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된 농장의 계란이 아님에도 소비자를 안심시키기가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 B씨는 "정부가 조사를 한다고 한 뒤 거래처로부터 계란을 가져가라는 전화가 계속해 온다"며 "계란을 안 먹는 것은 둘째고, 이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오지 않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B씨는 계란을 직접 보이며 "여기 농장 이름을 확인해야 한다"면서 그가 취급하는 계란이 08마리와 08LSH가 아님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이후 계란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오지 않거나 회수를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재래시장 상인들이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상인 A씨는 "오늘은 계란이 팔리긴 팔렸지만, 살충제 계란 파동이 계속되는 만큼 오늘 보다 내일을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6일 정부의 1차 전수 조사에서는 강원 철원과 경기 양주의 농가에서 추가로 살충제 계란이 검출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되는 계란의 생산자 표시는 08마리와 08LSH를 비롯해 08신선2, 09지현까지 총 4개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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