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재판 넉달 만에 피고인 신문에 임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후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혐의에 대해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추진 등 자신의 경영승계와 관련한 것으로 세간이 인식하는 사안, 최순실 일가 지원 결정 등과 관련해 "내 역할은 삼성전자와 그 계열사에 한정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앞서 피고인 신문에 나선 최지성 전 부회장도 "모든 결정은 삼성그룹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책임졌던 내가 내린 일"이라고 말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증언에 힘을 실었다.

두 사람에 앞서 지난 1일 피고인 신문에 임했던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한 진술을 번복하며 "동계영재스포츠센터 지원 관련 문건을 이재용 부회장이 아닌 안종범 전 수석에게서 받은 것 같다"고 주장하며 이 부회장 보호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50차 공판의 피고인 신문을 통해 "경영승계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고 박 전 대통령이 재직 시절 독대한 자리에서도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지성 전 부회장도 "경영권 승계 문제가 왜 대통령과 관계되는지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이 부회장은 이미 안팎에서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다"고 발언했다.

삼성가의 유일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적장자 승계'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됐고, 이를 위해 정부의 도움을 바랄 필요도 없고 그런 적도 없다는 것이다.

최 전 부회장은 "재임 중 삼성그룹과 관련한 결정은 내가 직접 내렸고 이재용 부회장에겐 현안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조언을 해주는 사이였다"며 최순실 일가 지원 결정 등 논란이 되어 온 현안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이 아니기에 미전실의 의사결정이나 과정 등을 보고받거나 결재한 적이 없다"며 "특정 사안에 대해 알려준 경우 어떤 의미에서 예의상 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전부터 거의 전권을 위임받아 경영 전반을 제가 책임졌다"며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사람으로서 후계자가 책임질 일을 만들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했다"고 강조했다. 승마 종목 지원을 통해 최순실 일가를 지원하기로 한 결정은 자신이 '총대'를 멘 사안이라는 것이다. 

최 전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절차나 조건 등을 이재용 부회장이 잘 몰랐다는 주장도 했는데, "합병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각해 우호지분을 확보하려 하자 이 부회장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부정적 의견을 내서 임원진이 설득해 마음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양사의 합병 과정에서 “두 회사 최고경영자들이 결정하고 미래전략실에서 검토한 이후 결정된 것”이라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그 계열사 업무에 대해서만 관여한 자신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치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전면에 나선 이후에는 최 전 부회장에게 원점에서 재검토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추진에 대해서도 “보험업에 대해 아는 게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결정한 일에 대해 그런가보다고 생각했다”면서 “보고도 아니었고 계열사 일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는 정도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 때 전면에 나서 사과했던 것이 그룹을 대표했던 것이 아니냐"는 특검 측이 주장하자 "그 문제는 삼성에 몸담은 모두가 당시 가져야 했던 마음 가짐이었다"고 부인했다.

특검이 "삼성생명은 오너가의 지분이 40%에 달하는 회사인데 지주사 전환은 중요한 현안 아니냐’고 묻자, “사업적인 결정은 지분이 문제가 아니고 내가 직접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도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최 부회장에게 최순실 씨에 대한 얘기를 듣고 정유라에 대한 지원 사실을 간단히 들었지만 그 이후로도 자세히 알지는 못했고 재판 과정에서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윤회 씨의 딸이 승마선수인 줄 몰랐다"는 증언도 내놓아, 논란이 된 해당 사안에 대해 '사전 인지'가 없었음을 거듭 주장했다.

미전실 해체도 "최지성 전 부회장이 '지금 여론이 극히 좋지 않은 상황인데, (청문회 과정에서) 미전실 해체를 요구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해 와 그렇게 한 것"이라고 증언을 내놓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은 3일 오전 10시부터 다시 속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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