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세정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31일부터 일제히 여름휴가에 돌입하자 파업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휴가 기간동안 자동차공장의 생산 가동이 중단되고 노사간 갈등은 소강상태에 접어든 모양새지만, 업계에서는 '폭풍전야'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앞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쌍용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4개사 노조가 휴가 이후 본격적으로 갈등을 표출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한국지엠주식회사·쌍용자동차·르노삼성자동차 등 국산차 5개사는 이날부터 다음달 4일까지 공식적인 하계휴가에 들어간다. 주말을 포함하면 이달 29일부터 8월 9일까지 총 9일이다.

당초 완성차업계 노조는 7월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을 가결시켰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14일 이틀간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여부를 묻는 투표를 실시, 66%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정했다. 또 17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 파업권'을 얻었다.

이달 13일 중노위로부터 조정 중지 결정을 받은 기아차 노조는 17~18일 조합원 투표에서 72.1%의 파업 찬성표를 받아 언제든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상태다.

7월 초 가장 먼저 68%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시킨 한국지엠 노조 역시 중노위의 조정 중지 통보에 따라 언제라도 파업을 시작할 수 있는 법적·절차적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노조들은 이례적으로 휴가 전까지 파업을 유보하고 대화로 갈등을 풀어나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진행되는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대내외적 시장 불안정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조들은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사측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휴가 전 타협은 실패로 돌아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노조가 휴가 이후부터 본격적인 투쟁을 통해 요구 관철을 위한 총공세에 돌입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대차 노조는 실무교섭단을 꾸려 휴가 기간 중에도 집중 교섭을 펼친다는 계획이지만, 과거 사례로 미루어볼 때 합의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또 26일 열린 '22차 본교섭'에서 사측은 노조가 요구한 일괄 제시안을 내놓지 않았던 만큼, 내부 불만이 높아진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휴가가 끝난 이후에도 사측이 일괄적인 안을 내놓지 않으면 8월 7일 2차 중앙쟁의대책위원회(노조의 최고 의결기구, 쟁대위)를 개최, 파업 수위 등 투쟁 일정을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노조와 사측이 간극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파업 가능성을 점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4차 산업혁명과 자동차산업 발전에 대비한 '총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 ▲완전한 주간연속 2교대제(8시간+8시간 근무) 시행 ▲정년 연장(현 60세에서 연금 지급 시기까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별다른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속되는 경영악화로 임원들이 연봉 10% 자진삭감과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의 임금 동결 등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한 만큼,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큰 상황이다.

기아차 노조 역시 파업을 유보했다. 파업 일정 등을 결정하는 쟁대위 일정조차 아직 잡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휴가 이후 현대차 노조의 행보가 파업 실행 여부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원(기본급 대비 6.93%·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 ▲통상임금 대표소송에 따른 후속 협의 ▲라인수당 S등급 2만원 인상 등을 제안했다.

사측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되 총액임금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노조는 총액임금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현재까지 3차례의 쟁대위를 열었지만 파업 돌입 여부는 불투명하다. .

사측은 ▲기본급 5만원 인상 ▲연말까지 성과급 400만원 지급 ▲협상 타결 즉시 1000만원 격려금 지급 등의 협상안을 내놨다.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통상임금(424만7221원) 500% 성과급 지급 ▲각종 수당 현실화 ▲8+8시간 주간 연속 2교대제 월급제 시행 ▲공장별 생산 물량과 차종 확약 등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한국지엠 30만 일자리 지키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고용 불안정를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하는 내용에 따라 파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년 연속 무분규 교섭을 진행해 온 르노삼성의 경우 올해는 힘든 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SM6와 QM6 등 주력 모델 판매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기본급 15만4200원 인상 ▲성과급 200%+400만원 등을 요구 중이다.

사측은 고정비 부담 없는 성과급 인상 방식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 2년간 사측의 입장을 많이 봐줬다며 올해는 다소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휴가 이후 파업 가능성도 어느 정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쌍용차는 27일 국산차업계 최초로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지으며 '8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을 도출해 냈다. 노조는 26일 임협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조합원 67%가 찬성표를 던졌다.

16차 협상에서 도출된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5만3000원 인상 ▲생산장려금 250만원 ▲우리사주 출연 100만원(150주 상당)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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