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설립 추진경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오는 27일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이 해외 송금 수수료를 시중은행의 10분의 1로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그간 시중은행이 독점해 온 연간 10조원 규모의 해외송금 시장에 본격 출사표를 던졌다.

카카오뱅크는 23일 "송금 수수료, 중개수수료, 수취수수료, 전신료 등 기존 은행의 복잡한 송금 비용 구조를 단순화하고, 여러 은행망을 이용하는 기존 은행과 달리 제휴를 맺은 씨티그룹의 망만 이용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낮췄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등장한 케이뱅크에 이은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지점 운영비 등이 없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만큼 기존 은행보다 예금 금리는 높이고, 대출 이자는 낮출 수 있다.

그간 소비자는 이 과정에서 국내 은행에 내는 송금수수료 외에도 해외 은행과 전신문을 주고 받는데 드는 비용인 전신료, 중개은행 수수료, 수취수수료 등까지 여러 단계에서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다.

송금수수료는 은행ㆍ송금액 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500달러 이하의 경우 5000원, 2000달러까지는 1만원, 5000달러까지는 1만5000원,그 이상은 2만원 선이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현재 A 시중은행의 영업창구를 통해 5000달러를 보낸다면 1만원의 송금수수료에 8000원의 전신료, 2만160원의 중개은행 수수료, 1만6800원의 수취수수료 등 총 5만4960원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반면 카카오뱅크를 이용할 경우 5000원만 내면 된다. 카카오뱅크는 현지 금융사와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결제망을 간소화해 전신료와 중개 및 수취수수료를 아예 없앴다. 5000달러 이하 송금 시 5000원, 초과시 1만원의 수수료가 전부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닌 미국 씨티그룹과 업무제휴를 맺고 결제망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본·태국·필리핀에 송금할 경우는 금액에 관계없이 송금수수료 8000원에 별도 수수료가 붙을 수 있다. 송금 가능 국가는 미국, 유럽,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홍콩 등 22국이다. 달러·유로·엔 등 12종류의 외화로 송금이 가능하다.

지난 4월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본인가 관련 브리핑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가 은행설립 추진경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 역시 1억원 이상으로 올릴 방침이다. 직장인 신용대출은 선발주자 케이뱅크가 자금 부족으로 석 달 만에 중단한 상품이다. 케이뱅크는 산업자본 KT가 지분 10%를 보유한 1대 주주이고, 21개 군소 주주가 난립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율 58%의 최대 주주다. 카카오와 KB국민은행은 10%씩 투자했다. 주요 주주는 9곳으로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어렵더라도 증자가 가능하다.

주주 회사인 SGI서울보증(지분 4%)의 보증 서비스를 활용해 신용등급 4~6등급(10등급이 최고, 1등급이 최하)의 중(中)신용자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의 문턱도 넘기 어려운 저신용자(7등급 이하)에게도 소액 대출을 해줄 예정이다. 전세 자금 대출, 인터넷 쇼핑몰 소상공인 전문 대출, 후불 교통카드 겸용 체크카드 등도 내놓을 예정이다.

온라인 메신저 카카오톡과의 직접 연결은 최대 장점이다. 카카오뱅크 간편 송금은 카카오톡 주소록을 열며 시작되는데, 계좌번호 없이 아이디만으로 돈을 보낼 수 있다. 교통카드와 해외결제 기능이 없던 케이뱅크 체크카드의 단점도 보완했다. 기존 신용카드사의 알짜 수입원이던 카드론 상품과 경쟁하기 위해 한도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인 ‘모바일 속 비상금’ 상품도 구비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모바일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늘리는 등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다”며 “예금·대출 금리에서 본격 인하 경쟁을 벌여 고객 가치를 더 높이겠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18일부터 시행된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이제는 핀테크 업체를 통해서도 건당 3000달러, 연간 2만달러까지 해외송금을 할 수 있게 돼 경쟁자도 한층 늘었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한 송금에선 창구보다 절반 가량 낮은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한발 더 나아가 중개은행을 거치지 않는 방식의 서비스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출시한 모바일 해외송금 원큐트랜스퍼 서비스 지역을 최근 15개 국가로 확대했고, 올 하반기 중 글로벌 송금전문회사(MTO)와 제휴를 통해 중개 은행을 거치지 않는 중국 해외송금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해외 점포로 송금 시 중개은행을 거치지 않는 ‘위비퀵 글로벌송금’을 선보인 우리은행도 최근 인도네시아 통신사와 제휴를 맺고 휴대폰 번호만 알면 중개 수수료 없이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시행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신뢰가 쌓일 때까지는 수수료가 비싸도 안정성을 위해 시중은행을 찾는 소비자가 유지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외 송금시장 구조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가 나흘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양호한 실적 전망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28일 이후 카카오의 코스피200지수 편입 여부를 발표한 뒤 9월15일께 반영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지난 10일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뒤 하락세를 보이면서 코스피200 지수 특례 편입이 위태로웠지만 깜짝 실적 전망에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례 편입을 하려면 상장 후 15거래일(7월10일~7월28일)간의 평균 시가총액(보통주 기준)이 유가증권시장 상위 50위 안에 들어야 한다. 현재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7조150억원으로 시총 순위 46위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광고 성수기 효과와 예상보다 낮은 마케팅 비용 집행으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3.2% 증가한 396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카카오뱅크 출시와 카카오 모빌리티의 수익모델 가속화, 자회사들의 투자 유치 및 상장 가시화 등 투자심리 개선을 이끌 다양한 모멘텀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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