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한 은행에서 현금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 모습

[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정 모씨(40·남). 현재 살고 있는 집 전세금 인상으로 부득이하게 대출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강화와 본인의 신용등급 제약에 제1,2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렵게 되자 급한나머지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와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연봉 4500만원인 정 모씨는 H카드사를 통해 최대 현금서비스 440만원과 카드론 900만원을, S카드사에서 각각 660만원과 1000만원을 받아 집주인이 요구한 3000만원을 간신히 메울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달 카드명세서를 받은 정 모씨는 H사 年 수수료율 15.92%, S사 14.88% 등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통해 받은 높은 이자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처럼 정부에서 가계대출 등 제약이 잇따르자 부득이하게 카드사의 장·단기카드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높은 수익성'을 이유로 카드론 대출 영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주로 저신용자층이 대부분인 카드론 연체율이 꾸준히 상승하며 가계대출 문제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카드론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카드사들의 건전성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도 오르고 있어 관련 대출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카드대출은 2013년 22조2000억원에서 2016년 29조5000억원으로 7조2000억원(32.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장기대출인 카드론 비중은 같은 기간 73.7%에서 80.3%로 6.6%포인트 상승했다.

카드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취약차주(저소득·저신용)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2013년 9.9%에서 올해 1분기 11.4%로 1.5%포인트 뛰었다.

한은은 연 소득이 3000만원 미만이면서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인 대출자를 취약차주로 분류했다.주목할 점은 타 업권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며 취약차주 비중이 일제히 하락했다는 점이다.

우량고객이 주로 찾는 은행은 저신용·저소득층이 거의 없지만 그마저도 2013년 2.9%에서 올해 1분기 2.6%로 취약차주 비중이 낮아졌다.

카드사와 같이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보험사도 마찬가지다.같은 기간 농협, 새마을금고 등의 상호금융은 취약차주 비중이 5.8%에서 4.1%, 보험사는 7.5%에서 7.0%로 하락했다.

저축은행의 취약차주 비중은 3월 말 현재 22.6%에 달해 금융업권 중에서 가장 높았다.취약차주의 비중은 월등히 높지만 2013년 27.3%에서 감소하는 추세다.

명동 시내 한 은행 ATM창구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반면 카드사는 1~2개월 미만의 단기 대출인 현금서비스를 중심으로 취약차주 비중이 늘었다.

현금서비스 취약차주 비중은 11.4%에서 16.9%로 급등했고, 카드론도 10.8%에서 12.1%로 확대됐다.현금서비스는 카드사가 미리 산출한 한도 내에서 별다른 신청이나 심사없이 돈을 빌릴 수 있어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경우 사용하는 사례가 잦다.

여기에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타 업권에 비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금서비스 연체율이 지난 1분기 0.1%포인트 상승했고 연체의 지속성을 나타내는 연체전이율도 2016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6월말 기준 카드론 연체율(2.2%)은 현금서비스(2.7%)보다는 낮지만 판매신용의 할부(0.5%)·일시불(0.8%) 연체율보다 3~4배 높은 수준이다.

또 연령별로 보면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큰 60대 이상 고령층 차주의 연체금액 비중이 2013년 10.8%에서 지난 1분기 13.1%로 2.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에 따른 수익성 저하 가능성에 대응해 고금리의 카드론 취급을 확대했다"며 "이 과정에서 취약차주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카드사들이 금리 상승 시 자산건전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시점에서 양호한 손실흡수력 및 감독당국의 리스크관리 강화 등으로 어느 정도의 금리 상승은 감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감독당국은 카드대출 실태조사를 강화하는 한편 2개 이상 신용카드회사의 카드론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한 추가충당금적립률(30%)을 신설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사 전반적인 자산 건전성은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면서 "저신용자·다중채무자 등 부실위험이 높은 회원에 대한 카드론 취급 비중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체율이 증가해 부실대출 문제로 확산되면, 당장 카드사의 건전성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며 "실제 일부 신용카드회사는 카드론 대출이 증가하면서 자기자본 비율이 하락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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