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촉구하는 시정연설을 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사상 최초다.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남짓만에 두 차례나 국회를 찾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추경예산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을 향해 최대한 성의있는 자세를 취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으며 추가경정예산의 긴급편성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회의원들 앞에서 행한 연설이지만 대국민 메시지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 이야기로 시작했다. 면접이라도 봤으면 하는 청년, 실직과 카드빚으로 자살한 청년, 격무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의 이야기, 과로사한 우체국 집배원 등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특히 대선 기간 중 각 정당이 내놓았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예산임을 강조한 부분은 야당의 거부 명분을 약화시켰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과 언론이 각종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문 대통령이 몸을 낮추고 고개를 숙이며 '야당이 내세웠던 공약을 실천하는데 필요한 추경'이라고 호소하는데 마냥 반대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다.

특히 문 대통령은 현재의 고용상황, 실업률 등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고, 국민들이 지금 당장 일자리용 추가경정예산을 요구하고 있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일자리 창출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정치권도 협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예산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날 연설은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일자리에 집중했다. 일각에서는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에 대한 해명이나 양해를 구하는 언급이 있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있지만, 반대로 정치적 현안을 집어넣었다면 일자리 추경편성이 오히려 정쟁에 휘말려들어갔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 현안을 원천 배제한 선택은 긍정적이다.

역설적이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정치적 현안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정치적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일자리 추경의 긴급성을 모든 국민들이 지켜본 상황이다.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이지만,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은 사실상 ‘대국민 연설’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향해 일자리 추경 편성이 긴급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제 야당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계속 추경편성을 반대하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 ‘여당 시절을 잊고 국정운영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에 봉착할 것이다.

이날 시정연설로 인해 야당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샅바싸움을 할 명분도 위태로워졌다. 인사청문회라는 정치적 현안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그 현안을 돌파하는 국면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야당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지금 국민들의 여론을 살펴보면 ‘협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야당이 호응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야당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 있겠지만 냉엄한 현실이다. 협치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그 협치의 대상에 야당만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금 국민들과 협치를 하고 있고, 정치인들은 그 국민의 일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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