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6.76%의 득표를 기록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24%와 비교하면 사실상 실패했다. 자유한국당과의 차별성을 명확하게 하는 데 실패한 결과다. 그러나 미래의 가능성도 동시에 확인했다.

의욕적인 출발, 그러나 미미한 성과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기존의 새누리당과 차별화를 외치며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기치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에 남아 있던 세력은 자유한국당으로 탈바꿈하며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보수 정당이 분화되는 상황을 연출했다. 비록 이합집산이 있었지만,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재결합하지 않는 이상 보수 정당 분화의 시발점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서울 양천을의 김용태 의원이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을 선도적으로 탈당했고, 뒤이어 김무성, 유승민 등 29명의 의원이 탈당해 총 33명의 의원이 바른정당에 합류하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다. 경선을 거쳐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꺾은 유승민 의원을 대선 후보로 선출하며 새로운 보수 정당의 깃발을 올렸다.

그러나 이후 보수후보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유승민 후보가 단일화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김성태, 장제원, 박순자 의원 등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20석으로 줄어드는 진통을 겪었다.

힘겹게 완주한 유승민 후보는 6.76%의 득표율과 221만표를 획득했다. 이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6.2%(202만표)와 비슷한 수준이고, 차별화 대상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가 획득한 24%(785만표)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도 확인했다.

자유한국당과 차별화에 실패, 미래 가능성은 확인했다

바른정당은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표방하고 있다. 이는 특히 경제 분야에서 도드라진다. 기존 보수 정당의 재벌 편향적인 경제정책과 결별하며 차별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재벌 총수의 불법-편법 경영권 승계에 대한 규제 의지는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향을 보여주었다.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해 재벌과 중소기업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각종 프랜차이즈의 갑을관계 횡포를 규제하겠다는 부분도 기존 보수정당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안보와 국방 분야로 가면 기존 보수정당과의 차별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경한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드 도입론자인 유승민 후보는 대선 기간 내내 경직된 안보관을 보여주었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자유한국당과의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더구나 대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유승민 후보는 영남지역을 ‘집토끼’로 생각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선거 유세전을 영남지역에서 주로 펼친 전략이 이를 증명한다. 이는 선거운동에 돌입하자마자 영남지역부터 챙기기 시작한 홍준표 후보의 전략과 큰 차이가 없었다.

비록 선거 막판 수도권 유세에 집중하며 득표력의 확장을 시도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유승민 후보는 영남권에서 총 72만표 정도의 득표에 그치며 홍준표 후보의 325만표에 크게 뒤지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심지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영남권에서 128만표를 획득한 점과 비교하면 영남권을 집토끼로 여긴 선거전략이 커다란 착각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뒤늦게 공략한 수도권에서도 113만표를 획득하며 338만표의 홍준표 후보에게 압도당했다. 다만 그 격차기 상대적으로 적었을 뿐이다.

그래도 유승민 후보와 바른정당 입장에서 이번 대선 결과는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29세 이하와 30대 유권자층에서 각각 13.2%와 8.9%를 득표하며 극단적으로 지지층이 노쇠화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안철수 후보의 17.9%와 18.0%와는 다소 격차가 있지만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까한다.

미래를 내다보며 좀 더 유연한 보수가 되어야

바른정당이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표방한 것은 ‘새로운 보수’를 지향한다는 말과 다름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여러가지 과제가 있다.

일단 영남지역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영남이 본거지’라는 개념이 있다면 과감하게 결별해야 한다. 비워야 채우고, 버려야 얻는다는 역설이다. 자유한국당의 본거지가 영남지역이라고 하여 대놓고 영남지역의 맹주 자리를 다툴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 반대로 전국에서 골고루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실천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영남도 얻을 수 있고 자유한국당을 영남지역 군소정당으로 밀어내고 전국적인 보수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유연한 경제정책과는 달리 과거지향적이고 호전적인 안보관과 대북관은 바른정당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만년 자유한국당 2중대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오랫동안 강경한 안보관과 대북관이 한국 보수 정당의 상징이 되어왔지만, 그래서 이 상징과 결별해야 한다.

바른정당이 서있는 자리에는 국민의당도 함께 서있다. 자유한국당과의 차별화도 난제이지만, 국민의당과 어떻게 경쟁-협력관계를 만들어갈 것인지도 숙제다. 개인적으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여 새로운 보수정당을 구축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강경하고 극우적인 성향을 보여주고 있는자유한국당을 맨우측으로 밀어내고 좀더 넓은 지형의 보수 지지층을 흡수하는 전략이다. 한국 정당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고,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도 긍정적이다.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면에서 양 당은 새로운 관계 형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연합과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은 대통령 선거에 앞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연합전선을 구축해 지역별로 사실상 단일 후보를 내세우고 선거연대를 추진했다. 그 결과 신한국당을 이길 수 있었고, 이는 1997년 DJP연합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바른정당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유연해져야 한다. 지금 상태로는 자유한국당과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 종국에는 자유한국당과 다시 합치는 길을 가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바른정당에게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 권순욱의 '19대 대선 분석' 연재 순서
①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역사적 의미
② 문재인 대통령, 어떻게 만들어졌나
③ 깨진 콘크리트, 자유한국당의 운명은?
④ 절반의 성공,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
⑤ 유승민과 바른정당, 실패 이유는 복기했나?
⑥ 정의당은 과연 선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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