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물 들어올 때 노저어라"는 격언이 있다. 기회가 올 때 놓치지 말라는 뜻이다. 

최근 게임업계가 규제완화를 위해 게임산업협회를 중심으로 보이는 활발한 움직임은 이같은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정책공조를 통해 법제도 개선, 진흥정책 수립, 쟁점 사안에 대한 업계 '자치권 확보'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림자 규제' 형태로 존재했던 PC 온라인게임 성인 이용자 결제 한도도 철폐하려 한다.

그럴만하다. 게임업계가 보수정권 집권 9년여동안 느꼈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청소년 한정' 이라곤 하나 자정 이후 온라인 게임 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도입됐고,  고스톱-포커 등 갬블류를 모사(模寫)한 게임에 한해선 '핍박'에 가까운 규제가 주어졌다.

실현되진 않았지만 게임을 마약류와 동급으로 국가가 특별 관리하게 하는 내용의 입법도 추진됐다. 보편적인 상용모델이 된 확률형 아이템의 개별 구성 요소를 공개하게 하는 입법은 현재진행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앞서 집권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 게임업종을 비롯한 IT산업의 발전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치적이라는 것이 업종 종사자들의 보편적 인식이다. 자연스레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그러나 한편으론 '해방감'에 젖은 게임업계가 다소 서두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게임업계가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던 여러 규제는 분명 실존하는 병폐들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던 것들이다. 일부 규제가 폭압적이라는 논란이 있으나 게임업계에 1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들이었음도 분명하다. 헌법재판소가 셧다운제에 합헌 판정을 내린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일 것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제화를 미루고 자율규제에 맡겨달라는 것도 입법부나 시민사회,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스러운 문제인데, 자율규제 정착도 기다리지 않고 PC 온라인게임 월간결제 한도부터 높여달라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업계가 '그림자 규제'를 풀겠다고 나서자 '시기상조'라며 맞선다. 게다가 아이템 거래소 기능을 갖춘 모바일게임물을 사후검열 형태로 적발, 이용등급을 청소년이용불가로 조정하며 긴장감을 더한다.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PC 온라인게임에만 적용되는 결제 한도를 성인 한정으로 풀어달라는 업계 요구는 타당하다. 그러나 조금만 더 여유를 두고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를 우선 정착시켰으면 관가(官家)로부터 역습의 빌미를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물 들어올때 노 젓자'는 생각에서 서두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아마도 업계는 아이템 거래소 기능을 갖춘 모바일 게임에 대한 등급 재조정도 마뜩찮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이 결제 한도 제약이 없는 모바일게임에 수십, 수백만원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에서, 게임 내 시스템에 아이템 거래 기능까지 지원하는 것은 업계를 위해서라도 지혜로운 발상은 아니다.

이전과 달리 게임에 고액의 금액을 투입하는게 유별나지 않은 세상이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리니지2 레볼루션'에 이어 '리니지M'의 등장은 게임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다시금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리니지M' 출시를 앞두고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분담금을 모아 투자조합을 결성, 화끈하게 달리며 게임 내 재화를 거래해 부자 될 수 있다고 조합원을 모으는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 사기와 이로 인한 인명 피해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야기하는 사건이라도 발생하면 모바일게임에도 연령대별 결제한도와 셧다운제가 적용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새 정부의 리버럴 성향에 기대감을 갖는 업계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지금 업계를 옥죄는 등급분류나 결제한도 제약 등의 규제 틀은 노무현 정부 시절 게임물등급위가 출범하며 도입됐다는 것을 말이다.

노무현 정부는 정권핵심부가 관련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던 바다이야기 사태를 잠재우기 위해 '사행성' 그림자라도 비추이는 사안에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했다. 이는 사행성 유기기구와 연관이 없는 넥슨, 엔씨, 한게임, 넷마블 등 제도권 게임사에도 족쇄가 됐다.

특정 산업이나 업종에 대해 정부가 우호적인 입장인지는 분명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그 때 그 때의 형편이나 시대적 상황에 맞게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업종의 이해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나, 신중함과 사려 또한 빠뜨려선 안될 것이다.

 

 

 

 

  

키워드
#N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