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세론’은 막판까지 깨지지 않았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형성된 문재인 대세론은 4월초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았지만 역전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조기대선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반사이익’을 이야기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이로 인한 조기 대선이 승리의 기반이 되었다는 평가다. 이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조건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조건이다. 반사이익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랬다면 안철수 후보도 그 반사이익을 누려야 했다.

조기대선이라는 조건은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 결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대선은 12월에 정상적으로 치렀을 것이고,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새누리당이라는 당이 존재하는 가운데 김무성, 오세훈, 김문수, 원희룡, 남경필 같은 후보들이 모두 출전하는 경선이 이뤄졌을 것이다. 더 나아가 가장 유력한 대항마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출전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전통적인 진보-보수 대결 구도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논란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가정은 의미없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되었고, 그 탄핵 국면에 대응해야 할 과제는 동등하게 주어졌을 뿐이다.

2012년 패배의 철저한 복기와 2015년의 정당 혁신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이유는 외부에 있지 않다. 오히려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그것은 2012년 대선 패배의 철저한 복기를 우선 꼽을 수 있다.

대선 패배 이듬해인 2013년 12월에 출판된 문재인 대통령의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는 2017년 문재인을 예고하고 있다. 이 책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선 본인의 준비부족과 실력부족을 패배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 같은 성찰은 2016년 이후 충분한 준비와 실력을 갖춘 대선 후보로 나타났다. 이미 대통령 취임 이후 보여주는 경쾌한 행보는 ‘준비된 대통령’이 그냥 구호로 그친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러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지 않고 자기 내부에서 먼저 찾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에 출마할 당시 ‘권력의지가 부족하다’는 내외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본인이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그가 쓴 책 <운명>에서 나타나듯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어쩔 수 없이 이끌려나온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확실히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자신의 준비부족과 실력부족에서 출발해 지리멸렬한 선거운동을 펼친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에 대한 의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당을 바로 세우는 것이 승리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당시 민주통합당은 당과 후보, 지지세력이 하나로 뭉치지 못했고, 심지어 반문재인, 비문재인 진영은 사실상 선거운동을 보이콧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선거운동 내내 친노와 반노, 친문과 반문이라는 대결 프레임으로 갈등 양상을 노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같은 성찰 아래 2015년 정당 혁신 과정에서 안철수, 박지원 등 국민의당이 분당하는 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는 동시에 표창원, 김병관, 조응천, 김병기, 양향자, 김빈, 이수혁 등 새로운 인물을 신속하게 영입하고, 디지털정당으로의 혁신을 통해 20만 권리당원이 입당하는 변혁을 이끌어냈다. 또한 추가 탈당을 막기 위해 당 대표를 내려놓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하는 과감한 결단을 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한 팀’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보여주었다.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선거운동 시작과 동시에 자신의 지역구에서 그야말로 자신의 선거운동을 하듯이 뛰었고, ‘파란을 일으키자’로 상징되는 홍보전략은 그야말로 파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모든 계파를 아우르는 선거대책본부는 더불어민주당 내에 만연했던 친문패권주의 논란을 종식시키며 단단한 더불어민주당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질서있는 단일대오를 갖춘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세론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토대를 만든 것이 다름아닌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다. ‘친문패권주의’라는 실체도 없는 유령에 시달리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당 혁신을 이뤄냈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 스스로 밥상을 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주의와 색깔론을 넘어가다

역대 대선의 중요한 변수로는 지역주의와 색깔론을 빼놓을 수 없다. 선거국면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1987년 대선은 대구경북(TK)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보수세력의 노태우, 부산경남(PK)의 김영삼, 호남의 김대중, 충청의 김종필 등 철저한 지역주의 구도였다. 1992년 대선은 3당 합당으로 하나가 된 영남과 충청 등의 연합세력이 호남의 김대중을 고립시키는 지역주의 구도였다. 1997년은 호남의 김대중이 충청의 김종필과 연합해 호남이 고립된 지역구도를 겨우 극복했고, 2002년 노무현은 일찍이 지역주의 구도 타파를 목표로 정치를 했지만 선거결과는 지역주의 구도가 무너지지 않았음을 확인해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총선 당시 영남지역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이로 인해 당내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 성과는 2016년 총선에서 빛을 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에서 5석, 경남 3석을 획득하며 지역주의 구도에 커다란 균열을 내는 데 성공했다. PK지역의 쾌거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 경북, 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다. 경남지역에서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비해 불과 3%p 정도 차이에 불과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숙명처럼 맞닥뜨린 지역주의 구도에 커다란 구멍을 낸 것이다.

색깔론 극복도 괄목할만하다. 단순히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승리 뿐만 아니라 향후 한국 정치에서 색깔론이 더 이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을 만들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불안한 안보관’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이에 대해 움츠려든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맞받아치는 전략으로 색깔론을 약화시켰다. 자신의 특전사 복무 경력을 전면에 앞세우는 동시에 부정한 병역면제 사례를 들어 보수정당을 향해 역으로 ‘진짜 종북이 누구냐?’고 몰아세웠다. 각종 방산비리로 역공을 펼쳤다. 이 같은 적극적인 대응은 보수정당이 제기하는 색깔론을 약화시키는 데 성공적이었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2012년 패배의 철저한 복기에서 비롯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이로 인한 조기대선, 2007년과 비슷한 다자구도 등 외부적 요인은 부차적이다. 패배의 원인이 내부에 있다면 승리의 원인 또한 내부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것은 바로 더불어민주당의 혁신과 계파 논란 종식, 디지털정당의 안착, 지역주의 구도의 점진적인 극복과 색깔론 무력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다름 아닌 문재인 본인 스스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이다.

19대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은 다름 아닌 본인 스스로가 만든 작품이었다.

■ 권순욱의 '19대 대선 분석' 연재 순서
①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역사적 의미
② 문재인 대통령, 어떻게 만들어졌나
③ 자유한국당, 미래는 있나?
④ 격랑속으로 들어가는 국민의당
⑤ 바른정당, 실망은 이르다
⑥ 정의당은 과연 선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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