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언론에 의하면 ‘안철수 바람’, 이름하여 ‘안풍(安風)’이 거세다. 불과 1주일 만에 지지율이 10% 수준에서 30% 수준까지 치솟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리고 이 바람은 대체 어디에서 불어온 걸까? 바람의 진원지는 어디인가?

바람도 뿌리가 있다. 천문학이나 기상학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살아오면서 우리는 알게 된다. 바람도 진원지가 있고, 뿌리가 있다는 것을. 늦은 여름에서 가을에 집중적으로 불어오는 태풍이 대표적이다. 태풍은 진원지가 있다. 뿌리가 있고, 중심이 있다. 자기 중심을 가진 태풍은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며 중심의 에너지를 더욱 키운다. 자연스럽게 바람의 크기도 커지고, 세기도 강해진다.

반면 우리가 도시에 흔히 접하는 바람은 뿌리가 없다. 진원지가 없다. 그 바람이 아무리 세게 분다한들 일시적으로 그친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바람을 ‘돌풍’이라고 부른다. 뿌리가 없는 바람, 근본이 없는 바람, 중심이 없는 바람, 그것이 돌풍이다.

‘안철수 바람’은 태풍일까? 돌풍일까? 점점 그 크기와 세기를 키워가는 태풍일까? 한 순간 불고 소멸하는 돌풍일까?

정치인에게 뿌리는 정치철학과 목표에 있다. 비전이다. 안철수의 정치철학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가 정치에 등장한 이후 ‘새정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안철수가 말하는 새정치의 실체가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국회의원 정수를 축소하고, 정당보조금을 줄이고, 기초의원 무공천을 내세운 기억은 있다. 그러나 이것이 안철수가 말하는 새정치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리고 안철수식 새정치라고 해도 과연 이것이 정말 새정치인지도 논해보지 못했다.

안철수는 기존 정치와 다른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떻게 다른 정치인지, 무엇이 다른 것인지는 우리 모두 모르고 있다. 무엇보다 정치인 안철수가 보여준 정치가 기존 정치와 무엇이 다른지도 모르겠고, 안철수의 입을 통해 무엇인 다른 것인지 적당한 설명을 듣지도 못했다. 납득이 가는 해석을 해주는 사람도 보질 못했다.

어느 정치인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자기 중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자기 중심이 소수의 사람에서 다수의 사람에게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바람이 분다. 대표적인 정치인이 노무현이다. 노무현은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통합’을 자신의 정치적 목표로 일관되게 내세웠다. 1988년부터 시작한 정치인생에서 한 순간도 놓지 않고 추구했던 목표다.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될 때까지 그 목표에 도전하다 험한 길만 골라서 걸었다. 14년의 세월이 걸렸다.

안철수는 아직 그 실체를 알 길이 없는 ‘새정치’를 표방하며 2013년 무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16년 4월 재선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 당적은 ‘무소속-새정치민주연합-무소속-국민의당’으로 변화무쌍하게 바뀌었다. 그가 철새 정치인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정치철학과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그렇게 당적을 바꾸었는지를 묻는 것이다.

그리고 2017년 4월. 조금은 뜬금없이 바람이 불었다. 줄곧 10%를 넘지 못하는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하던 안철수는 불과 1주일 만에 지지율 30%를 넘으며 ‘바람’을 일으켰다.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이라는 여론조사업체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엄청난오류로 인해 사용하지 않는 KT전화번호부를 갖고 문재인과 안철수 양자대결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개인정보유출 우려로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인구의 절반이 등재를 거부한 그 전화번호부를 갖고 여론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40~50% 사이로 나오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20%대로 나왔고, 후보단일화도 합당도 빼놓은 채 문재인의 상대로 안철수 한 명을 내놓고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후 거의 모든 언론이 ‘양자대결’을 떠들었다. 그 양자대결이 실제로 가능한지여부는 따져보지도 않는다. 문재인-안철수 양자대결 여론조사가 범람하고, 심지어 안철수가 그 양자대결에서 앞서는 결과가 나오자 시민들은 문재인의 경쟁자로 온갖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를 집어넣어서 여론조사를 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조소를 보내고 있다.

급기야 여론조사의 불공정성이 뉴스가 되고 말았다. 연일 여론조사 방식, 표본수집의 문제, 조사기간, 설문항목의 구성 등에 대해 따지고 있다. 온 국민들이 여론조사 전문가가 될 기세다.

어느 진보를 표방하는 언론사는 사용해서는 안되는 여론조사를 공표했다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여론조사업체는 해명을 요구받고 있다.

안철수 바람이 어떻게 될지는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면, 바람에도 뿌리가 있고, 근본이 있고, 중심이 있다고. 뿌리가 없고, 근본이 없고, 중심이 없다면 그 바람은 일시적인 돌풍으로 그칠 것이다.

하물며 그 바람이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 글은 안철수에게 가장 필요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대선까지 한 달 정도남았다. 자기의 정치철학이 무엇인지, 정치적 목표가 무엇인지 내놔야 한다. 국민의당 경선 과정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문재인 반대’가 정치인 안철수의 목표라면 지금의 바람이 태풍이든, 돌풍이든, 인위적으로 만든 인공바람이든, 잦아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번 주일 수도, 다음주일 수도 있다.

이런 충고를 듣고 안 듣고는 안철수와 그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모두 알게 될 것이다. 멀지 않은 시간에 말이다.

<필자 소개>

칼럼니스트 권순욱은 『법률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파이낸셜뉴스』 법조팀장과 증권금융부 기자, 정치웹진 『서프라이즈』 편집장, 『법무법인 광장』 대외협력실장, 『뉴스토마토』 증권부장과 정치경제부장, 『이투데이』 자본시장부장 등을 거친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 『권갑장의 정치신세계』 팟캐스트 운영자 및 프리랜서 작가로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글쓰기와 방송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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