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서정근 기자]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이 2011년 CJ그룹에 복귀해 CJ게임즈(넷마블게임즈의 전신) 설립 과정에서 약 321억원을 투자했고, 6년여 만에 넷마블 상장으로 100배 가까운 차익을 거두게 됐다.

방준혁 의장은 넷마블을 창업해 플래너스의 자회사로 편입시킨 후 플래너스의 최대주주가 됐고, 이를 CJ에 매각하고 떠난 후 다시 복귀해 넷마블을 분할시켜 최대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CJ E&M, 텐센트, 엔씨소프트 등 국내외 쟁쟁한 대기업들과 연대해 이들을 우군으로 삼았다.

방 의장이 일군 사업성과와 우군들의 후광효과에 힘입어 넷마블 시가총액 규모는 1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방 의장의 지분 가치는 3조원을 넘어선다.

국내 유력 기업인들 중 '기인열전'에 올라도 될만큼 특이한 사업이력과 탁월한 사업성과를 냈는데, 게임사업 전환기마다 맥을 짚은 통찰력, 사내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카리스마, 대외 협상력과 과감한 투자 등이 원동력으로 꼽힌다. 

23일 넷마블의 증권신고서와 하나로드림, 인디스앤 등의 과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방 의장은 지난 2012년 1월 10일 CJ게임즈의 유상증자에 참여, 7만2810주(액면가 500원)를 주당 39만6687원에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 의장은 당시 개인자격으로 288억8278만원을 투자했다.

그해 1월 12일 CJ게임즈는 하나로게임즈와의 합병을 통해 신주 2만7190주를 발행했다. 주당 발행가액은 이틀 전 방 의장이 개인투자를 통해 취득한 것과 같은 39만6687원이었다. 하나로게임즈는 방 의장이 당시 최대주주(지분율 83.6%)로 있던 인디스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방 의장은 지난 2004년 넷마블 보유 지분을 800억원에 CJ에 매각하고 게임업계를 떠나 2005년 2월 인디스앤을 설립했다. 인디스앤은 2006년에 하나로드림의 유상증자에 참여, 39억999만원에 하나로드림 지분 36%를 확보했다. 방의장이 인디스앤을 통해 확보한 하나로드림 주식총수는 1대주주 하나로텔레콤의 하나로드림 보유주식보다 불과 1주 적은 규모였다.

하나로드림은 2010년 1월 전체 발행주식 중 인디스앤의 보유 지분을 제외한 전체(63.97%)를 유상감자했다. 방 의장은 인디스앤을 통해 2006년 39억999만원을 투자해 2010년에 하나로드림 전체를 손에 넣은 것이다. 하나로드림은  하나로게임즈로 명칭을 변경했고, 2012년 1월 기업차치를 108억원으로 책정해 CJ게임즈와 합병했다.

방 의장이 당시 CJ게임즈에 개인자격으로 투자한 금액(288억8278만원)과 인디스앤이 하나로드림 인수에 투자한 비용 총액 중 방 의장의 지분율(83.6%)에 비례하는 금액을 합산하면 약 321억5520만원이다.

CJ게임즈 설립은 당초 방준혁 의장의 넷마블 복귀를 염두에 두고 이재현 CJ회장이 짜준 판이다. 넷마블이 2004년 CJ에 매각된 후 CJ인터넷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CJ인터넷은 CJ그룹 내 각 문화산업 부문과 합쳐져 CJ E&M의 게임사업 부문으로 존속하던 상황이었다.

CJ E&M 산하에 개발관리 지주사 CJ게임즈를 신설해 CJ게임즈가 애니파크 등 과거 CJ인터넷 산하의 개발 자회사들을 총괄하는 구조를  만들고, 방 의장을 CJ게임즈 수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넷마블이 넥슨의 게임하이 인수로 '서든어택' 판권을 상실하고 경쟁력을 잃자 이재현 회장이 방준혁 의장을 구원투수로 다시 등판시킨 셈이다.

800억원에 경영권을 매각하고 떠났던 방 의장은 앞서 언급한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2012년 1월 중 CJ게임즈 보유 지분율을 48.2%까지 확대해 최대주주(CJ E&M 50%, 이재현 회장 1.42%)와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관련 소식통은 "방준혁 의장이 넷마블을 CJ에 매각하고 확보한 800억원 중 40%에 육박하는 금액을 2012년 초 넷마블에 재투자한 셈인데, 당시 넷마블의 상황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투자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소식통은 "엑시트하고 떠난 창업자가 다시 복귀해 인수자와 협업하는 흔치 않은 사례였는데, 이는 CJ가 게임사업 영위로 인한 사회적 평판 리스크를 우려해 방 의장이 넷마블을 부흥시켜 분할해 가거나 다른 곳으로 매각해주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방 의장은 모바일게임 사업으로 주력업종을 전환했고 '다함께 차차차'를 시작으로 히트작을 쏟아냈다. 2014년에는 텐센트가 넷마블에 5300억원을 투자하며 3대주주로 등극했다. 그해 10월 CJ게임즈는 CJ그룹에서 분리했고 CJ E&M의 게임사업부문 넷마블을 인수해 넷마블게임즈로 명칭을 변경했다.

CJ E&M은 게임사업 부문을 분할, 매각하고 1대주주 지위를 방 의장에게 넘겨주는 댓가로 3950억원을 수령했다. 800억원에 넷마블을 인수해 3950억원을 벌고, 신설 넷마블게임즈의 지분 27.62%를 여전히 보유해 배당수익과 지분법평가이익을 계속 누리게 된 것이다. 방 의장이 이재현 회장이 내준 미션을 '차고도 넘치게' 수행한 셈이다.

증권신고서 작성 기준일 기준 방의장은 30.59%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있다. CJ E&M(27.62%), 텐센트(22.22%), 엔씨소프트(8.62%)등이 주요 주주다.

방 의장이 2000년 넷마블을 창업할 당시 이 회사는 직원수 10명도 되지 않는 소규모 게임사였다. 영화배급사업자 플래너스엔터테인먼트의 투자를 받아 자회사로 편입됐는데, 당시 방 의장은 넷마블의 성과에 연동해 플래너스 지분을 받는 약정을 체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의 성과는 시장 예상을 크게 상회했고 방 의장은 플래너스의 1대주주가 되어 플래너스 넷마블을 CJ에 매각하며 명사가 됐다. 웹보드게임 시장 초기에 관련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어 고속성장에 성공한 것이다.

PC온라인게임이 주력이던 시절, 넥슨-엔씨와 경쟁 자체를 꿈꾸기 어려웠던 넷마블은 방 의장의 '모바일 드라이브'에 힘입어 빅3로 자리잡았다. 방 의장은 엔씨 경영권을 둔 김정주-김택진 간의 분쟁에 개입, 엔씨와 지분을 맞교환하고 '리니지' 등 엔씨소프트 IP를 공유하는 협업체계를 갖췄다.

방 의장의 위상이 김정주-김택진과 동렬에 올랐고, 이후 사업성과는 날개를 달았다. 카밤을 약 9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M&A를 통한 외연확대에도 나섰다. 2016년에 연간 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했고, 2017년 1월 월간 매출은 2582억원이다. 2017년엔 넥슨마저 제치고 국내 게임산업 1위 등극이 유력하다.

 

 

 

 

 

 

 

 

키워드
#N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